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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문의 역사

과학수사에서 개인을 식별, 인증하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중요하게 사용되어 온 것은 손가락 지문이었다. 1880년 일본에서 일하던 영국인 의료 선교사인 헨리 폴즈(Henry Faulds)가 지문이 범죄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수단이라는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하였고, 1892년 영국의 유전 통계학자 프랜시스 골턴이 ‘핑거프린트(지문)’라는 저서를 통해 지문이 실제 수사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가락 지문은 개개인에 모두 다르며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 때문에 개인을 식별하는데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손가락 지문은 손가락 끝에만 존재하며, 지문을 남기지 않는 지능형 범죄에서는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영국 레스터대의 유전학자인 알렉 제프리(Alec Jeffrei) 교수가 인간 미오글로빈 유전자 연구 중 33개의 염기쌍이 반복 배열함을 발견하고 이를 미니위성(minisatellite)이라 칭하고 이들 배열이 일정하게 직렬로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반복되는 배열이 개개인에 따라 모두 다른 손가락 지문처럼, DNA상 특정 부위가 개인마다 고유의 패턴을 가지고 있어 손가락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 유전자 지문(DNA fingerprint)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나 이 유전자 분석기법은 그 기술상의 문제로 인하여 보편화되지는 못했지만 이후에 1980년대 제한효소 절편 길이 다형성(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RFLP)방법이 나오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DNA(DeoxyriboNucleic Acid)는 우리 몸에 있는 모든 세포의 핵에 존재하며 개인의 모든 세포에서 동일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신체 부위든 DNA가 존재하는 소량의 조직만 있다면 그 조직의 개인을 식별해 낼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인해 소량의 혈액이나 정액, 타액, 땀, 오줌, 눈물을 이용하여 유전자 지문 분석이 가능하며 담배꽁초나 입을 댄 자국, 머리카락 모근의 모낭에서도 DNA를 채취하여 분석할 수 있다. 또한 기본적인 DNA의 구조는 매우 안정하여 사체에서도 상당히 오랫동안 남아 있을 만큼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어서, 유전자 지문(DNA ingerprint)은 과학수사에서 개인을 찾아내고 구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유전자 지문 분석 방법

 

DNA(DeoxyriboNucleic Acid)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생명을 이루는 기본 물질이며, 뉴클레오티드라고 하는 단위 물질이 수없이 연결되어 있는 고분자 유기물이다. 이 뉴클레오티드는 보통 염기라고 하는 물질과 탄수화물의 일종인 펜토오스(pentose), 그리고 인산이 각각 한 분자씩 구성된 것이다. 이중 염기에는 아데닌(adenine ; A), 구아닌(guanine ; G), 시토신(cytosine ; C) 및 티민(thymine ; T)이다. 따라서 디옥시리보핵산을 구성하는 뉴클레오티드는 A를 가진 것, G를 가진 것, C를 가진 것, 그리고 T를 가진 것의 4종류가 있다. 이 4종의 뉴클레오티드가 무수히 많이 연결된 것이 바로 DNA이며, 4종의 뉴클레오티드의 배열순서에 따라 다른 DNA가 만들어진다. 4종류의 뉴클레오티드가 수천 개 또는 수만 개 연결될 때 그 배열 순서에는 무한히 많은 종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그 결과 만들어지는 DNA의 종류도 무한히 많을 수 있다. 생물에 무수히 많은 종류의 유전자가 있을 수 있는 것은 DNA의 종류가 무수히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우 총 46개 염색체 속의 DNA는 약 30억개 염기쌍을 만들 수 있으며,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각기 다른 DNA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면 각 개인의 유전적 차이를 식별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 해도 30억 쌍이나 되는 수많은 DNA를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떤 특정 부위를 잘라서 비교하거나 (RFLP) 유난히 다형성이 심해서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초변이성 염기서열을 갖는 부위 (STR, VNTR)만을 집중 분석하는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1) RFLP

RFLP(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는 1980년 데이비드 보스테인(David Bostein)과 그의 동료들이 제한효소(restriction endonuclease)로 가계 지도를 작성하던 중 처음 발견되었다. RFLP는 염기서열의 특정부위에 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서 제한효소로 이 부위를 절단했을 때 생기는 절편의 길이가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나는 점을 이용한 분석법으로, 이렇게 조각된 DNA를 젤 전기영동의 방법을 사용하면 서로 다른 띠 모 양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즉, 사람마다 뉴클레오티드의 배열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특정 제한효소에 의해 잘린 DNA 절편의 크기가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런 절편들을 길이에 따라 분리해 나타낸 것이 'DNA 지문'인 것이다.

 

2) STR, VNTR

오늘날 유전자 지문 검사는 유난히 다형성이 심해서 개개인마다 서로 다른 초변이성 염기서열을 갖는 부위만을 집중 분석한다. 이런 다형성을 갖는 DNA 부위는 그 종류에 따라 STR, VNTR 등이 있는데, 이 부위들 역시 일란성 쌍둥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서로 다르다. 때문에 이를 주로 ‘유전자 지문’이라고 한다.

STR(short tandem repeat)은 2~9개의 짧은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VNTR(variable number of tandem repeat)은 10~100개의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VNTR을 대상으로 유전자감식이 이루어졌지만, 요즘은 주로 STR을 대상으로 하여 분석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STR 부위의 염기서열이 ‘GTAGTAGTAGTA’로 된 경우 GTA가 네 번 중복된 것인데, 이 같은 반복 패턴의 수가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즉, 어떤 사람은 GTA가 6번 연속적으로 중복된 서열을 가질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이런 반복을 12개나 가질 수도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의 DNA 염기서열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된 결과, 친자확인에 사용할 수 있는 이 같은 염기서열의 반복 부위가 수십 군데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15~18개의 STR 좌위를 조사해 모두 일치하면 99.99% 친자 관계라고 판단한다. 반면 1개라도 일치하지 않는 좌위가 있을 경우 돌연변이가 아닌 이상 친자 확률은 0이 된다.

 

3) PCR (중합 효소연쇄반응)

1995년 캐리 멀리스(Kary Mullis)가 개발한 이 방법은 DNA의 특정 부위를 분리 및 추출해 대량으로 증폭시킨 후 증폭된 DNA를 크기별로 분석함으로써 유전자의 일치 여부를 가려낸다. 감수성과 특이성이 가장 높은 DNA분석법 중 하나로 효소를 이용, DNA 분자의 선택된 부분을 시험관 내에서 수백만 배 이상 증폭시킨 후 그 DNA산물을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해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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