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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과학 수사의 시작

 

화학과 법의학은 1863년 스코틀랜드 화학자 제임스 마쉬(James Marsh)가 자신의 이름을 붙인 마쉬 검사를 발표한 이래 불가분의 관계가 되어왔다. 마취 검사는 비소 (As, arsenic)와 안티몬(Sb, antimony)에 대한 검사 방법이다. 19세기 초반 비소 화합물들을 여러 가지 목적에 널리 사용하였으며 그 가격도 저렴하였다. 비소 화합물들은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치명적이었고, 물에 쉽게 용해되고 냄새와 맛도 없으며, 검출하기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당시 비소는 이상적인 독살 독극물로 사용되었다. 비소에 중독된 증상은 위장염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당시 많은 살인 사건의 희생자들은 자연사한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이렇게 비소에 의한 살인이 의심되더라도 그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마쉬는 이러한 상황에서 살인자들이 무죄 방면 되는데 절망하여 검사법을 개발하였다. 1832년 마쉬는 할아버지의 커피에 비소를 넣어 살해한 죄로 기소된 존 보들의 재판에서 전문가로서 증언하였다. 의심이 가는 시료와 염산, 황화수소를 섞어 불용성의 삼황화비소(arsenic trisulfide) 침전을 만드는 방법인 표준 검사법을 선보였다. 하지만 실험을 할 당시에 시료는 분해되어 배심원들은 마쉬의 실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일로 19세기 말까지 법정에서 법의학자의 증언에 신빙성을 두지 않았다. 마쉬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고 신빙성 있는 검사법 개발에 몰두하였다. 이후 질량 분석기와 같은 현대적인 고가의 장비를 갖추지 못한 실험실에서 마쉬가 개발한 방법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검사법으로 오늘날까지 범죄 수사에서 이용되고 있다.

 

범죄 수사에 사용되는 과학 원리

 

 

 

초기 범죄 수사 화학자들은 독성 물질들을 검출, 확인하는데 지대한 노력을 하였고, 현재는 과학 수사로 혈액 검출, 금지약물 추정검사, 지문 검사 등으로 확산되었다. 현대 범죄수사학에서는 고전적인 *습식 화학(wet chemistry)을 대신하여 고가의 기기들을 통해 분석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마약 의심 물질을 빠르게 추정 검사를 하는 데 사용될 정도로 습식 화학은 여전히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혈액 검출과 금지약물 추정 검사, 지문검사 분석 방법이 있다.

 

*습식 화학(wet chemistry) : 물질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사용되는 고전적인 화학 분석 방법의 형태

 

혈액 검출 방법

20세기 초반 범죄수사학자들은 혈액을 검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혈액을 검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혈흔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적혈구 세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혈흔이 최근의 것이 아니라면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었다. 이에 많은 살인 용의자의 변호사들은 범죄 증거 중 하나인 혈흔을 녹이나 붉은 페인트라고 주장하여 법망을 빠져나갔는데 당시 범죄 수사학자들은 그런 주장을 반박할 수 없었다.

 

1901년 켄터키 대학의 조셰프 카스틀(Joseph Kastle) 박사는 간편하고 저렴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추정 검사 방법을 개발하였다. 후에 다른 범죄 수사학자의 제안에 따라 이 검사법을 개선하여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카스틀-메이어(Kastle- Mayer) 검사법이 라고 부른다. 이 방법은 코난 도일의 1888년 소설 셜록 홈스에 나오는 방법과 외견상 비슷하여 셜록 홈스 검사법이라고도 부르는데 헤모글로빈을 검사한다. 이 빠르고 저렴한 검사법은 에탄올, 과산화수소, *KM시약을 사용한다. 이 검사법은 비파괴 검사법이기 때문에 나중의 검사를 위해 시료를 보존할 수 있다.

 

에탄올은 용매로 작용하여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사람이나 동물의 혈액 성분인 헤모글로빈에 존재하는 과산화효소(peroxidase)는 색이 없는 페놀프탈레인을 핑크빛 페놀프탈레인 이온으로 변화시키는 화학 반응의 촉매로 작용한다. 이 효소는 그 효과가 매우 좋아, 효소 분자 한 개가 1초 동안 수백, 수천의 과산화수소 분자를 변환시키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극미량의 혈액만 있어도 색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KM시약: 증류수 100ml, KOH 20g, 아연 가루 30g, 페놀프탈레인 가루 2g을 넣고 2~3시간동안 가열하면 붉은 보라색의 합성물이 무색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Kastle-Meyer 시약이라고 부른다.

 

혈액을 검출할 수 있는 방법 중 다른 하나는 바로 루미놀 반응이 있다. 이는 루미놀(3–아미노프탈히드라디드)과 과산화수소수의 알칼리 혼합액에 혈색소, 또는 헤민이 작용하면 그 촉매작용에 의해 루미놀이 화학 발광하는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화학발광검사법이라고도 불리는데, 반흔이 KM시약보다 훨씬 빠르며 타액, 정액, 오줌 등과 반응하지 않고 선택적으로 혈액에만 반응하며 1~2만 배로 희석된 혈액에도 반응하기 때문에 현재는 가장 많이 쓰이는 혈액 검출 방법이다. 오래된 혈흔 역시 반응이 예민해서 검출이 가능하다. 

 

금지약물 추정검사

마약 단속반에서는 압수한 물질이 금지 약물인지 즉시 검사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압수한 물품에 헤로인과 같은 금지 약물이 있는지 빠르게 판단을 해야 되기 때문에 추정 검사는 마약 단속에서는 꼭 필요한 검사방법이다. 이 금지약물 추정 검사는 소량의 시약들과 먼셀 표색표(Munsell Color Chart)등이 들어있는 키트를 사용하여 간편하게 할 수 있다.

Munsell Color System

 

금지 약물 추정 검사의 단점은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금지 약물이 아닌 합법적인 약물이 금지 약물에 대한 양성 반응을 보일 수 도 있다. 이런 오류는 동일 금지 약물에 대하여 여러 가지 추정 검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지문 검사

지문 검사는 범죄수사학의 기초이다. 유리, 매끈한 금속 같은 표면에 있는 지문은 배경 표면과 대비되는 색을 가진 미세한 가루를 뿌리면 드러난다. 하지만 종이와 같은 물질에 잠복한 지문은 미세가루로 찾아내기가 매우 힘들다.

 

요오드 훈증은 이런 표면에 잠복한 지문을 찾기 위해 개발된 첫 번째 방법이었다. 종이와 같은 시료를 요오드 결정과 함께 통 안에 넣고 요오드를 가열하면 요오드는 승화하여 보라색 증기가 되어 붙는다. 요오드는 고체로 응축하는데 지문에 있는 기름에 선택적으로 흡착하여 흐린 오렌지 표시로 지문을 보여준다. 이는 잠복한 지문에 표시 물질이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에 따르기 때문에 미세가루를 사용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요오드 증기는 매우 미세한 가루처럼 작용한다. 요오드 훈증은 시료를 파괴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사용된다. 요오드 증기로 드러난 지문은 요오드가 승화함에 따라 점차 사라지고 시료는 원래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기 전에 드러난 지문을 사진으로 찍거나 녹말 수용액으로 처리하여 현상할 수 있다. 요오드-녹말 반응은 무늬를 더 진한 푸른색으로 만들고 이는 몇 주 혹은 몇 달간 남는다. 시료의 원래 상태를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으면, 요오드와 반응하여 영구적인 무늬가 되는 용액으로 처리하여 드러난 무늬를 현상할 수 도 있다.

 

종이와 같은 표면에 있는 잠복한 지물을 찾는 데 사용한 또 다른 방번은 질산은 (silver nitrate)로 현상하는 것이었다. 질산은 용액을 분무하거나 부드럽게 솔질하는 방법인데 질산은은 잠복한 지문에 있는 염(salt)과 반응하여 염화은 (silver chloride)을 만든다. 남아있는 질산은은 시료를 햇빛이나 자외선에 노출한 후에 증류수로 씻어낸다. 자외선은 염화은에 있는 은 이온을 금속은으로 환원시키는데 이는 주황 또는 검은색 표시로 보인다. 시료를 질산은으로 처리하는 것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질산은 방법은 요오드 훈증보다 덜 사용된다.

 

NaCl(s)+AgNO(aq)AgCl(s)+NaNO(s)

 

 

세 번째 방법으로는 지문에 미량의 아미노산이 남아 있다는 점을 이용한다. 닌히드린(ninhydrin, C₉H₆O₄)은 아미노산의 분해 생성물과 반응하여 루히만 보라(Ruhemann‘s Purple)이라고 부르는 진한 파란색 또는 파랑-보라색 염료를 만든다. 에탄올이나 아세톤에 녹인 닌히드린 용액을 시료에 분사하면 잠복한 지문이 상온에서 한두 시간 후에 완전히 드러난다. 이과정은 시료를 오븐에서 80~100℃로 가열하면 빨라진다.

 

실제로 이 방법들을 적용하는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요오드 훈증은 가역적이기 때문에 항상 제일 먼저 사용된다. 요오드 훈증으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닌히드린 방법을 그다음에 적용한다. 닌히드린 방법으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잠복한 지문에 남아있는 미량의 염을 이용하는 질산은 방법을 시도한다. 질산은 방법은 시료에서 지방산과 아미노산을 없애기 때문에 질산은 방법이 실패하면 시료가 사라져 더 이상의 분석은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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